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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조선일보] [숨어있는 세계사] 로마 황제부터 '키다리 아저씨'까지… "나누면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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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112.♡.80.34) 21-03-17 15:23 조회 8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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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역사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가 각각 5조원과 5500억원을 기부한다고 선언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기부는 나눔입니다. 나눔은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착한 사람들의 정성이죠. 기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개인 재산을 정부에 헌납했다고 합니다. 로마 귀족들은 여러 특권을 누리는 대신 공공 봉사와 기부를 의무이자 명예로 여겼지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거지요. 이 전통은 유럽에서 뿌리 내려 기부와 봉사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곤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웁니다.

 

철강왕, 석유왕, 자동차왕의 기부

 

미국에는 귀족 계급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기부 문화는 귀족이 아닌 시민들 참여로 이뤄졌지요. 초창기엔 기업가들이 앞장섰답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기부 문화의 주춧돌을 놓았어요. 19세기 후반 철강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일군 카네기는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사회적 지탄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1899년 그가 쓴 '부의 복음(Gospel of Wealth)'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자식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은 독이나 저주를 남겨주는 것과 같다."

 

65세가 되던 1900, 카네기는 자신의 철강 회사를 5억달러에 매각합니다. 당시 일본 정부 예산이 13000만달러였다고 하니, 얼마나 큰돈인지 짐작되지요? 카네기는 이 돈으로 도서관 3000여 개를 세우고, 교육과 과학, 문화, 예술 분야에 쾌척하고, 전쟁 예방을 위한 기금도 만들었습니다. 카네기는 "인간의 일생은 두 시기로 나눠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 후반부는 부를 나누는 시기"라는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게 산 사람이었습니다.

 

이 시대 또 다른 사업가 존 록펠러는 '석유왕'으로 불렸어요. 석유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노조 탄압과 편법을 이용한 경쟁자 공격 등으로 평판이 나빴습니다. 그러나 록펠러 역시 카네기처럼 말년에 막대한 재산을 이웃과 나눴습니다. 장남을 아예 전업 자선사업가로 키우기도 했죠. 카네기와 록펠러의 선행은 '자동차왕' 헨리 포드를 비롯해 오늘날의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의 거액 기부로 이어집니다.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부는 이제 미국 사회의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엔 최부자, 유일한, 키다리 아저씨가 있죠

 

우리에게도 나눔의 역사는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경주 최부자' 가문은 17세기 이후 무려 10, 300년에 걸쳐 큰 재산을 유지하면서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백성 대부분이 가난하던 시절에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르침을 가훈으로 삼았죠. 그들은 권력을 멀리했고 검소하게 살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최부자 가문은 항일운동과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바치는 것으로 기나긴 부의 세습을 마무리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선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05년 불과 1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학업을 마치고 독립운동에 헌신하면서 경영자로 성장했지요. 그는 1926년에 고국에 돌아와 기업을 일으킨 후, 항일 투쟁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미 육군 전략정보처(OSS)의 특수 요원으로 변신하기도 했죠. 8·15 해방 후에는 기업을 크게 키운 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게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어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라는 말에서 그의 남다른 기업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소시민들

 

돈 많은 기업가뿐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훌륭한 이웃도 많습니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작은 회사를 빠듯하게 운영하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무려 10억원 넘는 거금을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부해 왔어요. 전주에 사는 중증 장애인 부부인 김규정, 홍윤주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생계 유지에도 모자라는 돈을 아껴 12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권영순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남편 명의로 100만원을 기부했어요.

 

사람들은 왜 기부를 하는 것일까요? 52조원 이상을 기부한 워런 버핏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기부는 "천국으로 가는 가장 큰길"이라고도 했죠. 세계적인 부호에서부터 가난한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기부하는 이유는 같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해질 준비가 돼 있나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프랑스어로 노블레스는 '고귀한 신분', 오블리주는 '책임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갖는 도덕적 의무라는 뜻이에요. 이는 고대 로마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특권을 누리는 대신 공익을 위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의무이자 명예라고 생각한 거죠. 전쟁터에서 가장 앞서 싸우고, 재산을 기부해 도로 등 공공시설을 지었습니다. 역사가들은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라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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