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복지로] 희망을 품게 하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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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21-03-23 10:48 조회 1,195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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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희(경주시청 주무관)
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어느 날 퇴근 무렵이었다. 체육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청년이 나를 찾아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2년 전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으면서 지방직 공무원을 준비하던 그 청년이었다. 그는 공무원 합격소식을 듣고 곧바로 독서실에서 나와 시외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청년이 있다. 이 청년도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어렵게 자랐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주민센터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였다. 공익근무를 마친 후 직업훈련지원을 받아 용접기술을 배워 취업에 성공하였다.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결혼을 하고 두 자녀를 둔 가장이되어 내년에 야간 사회복지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며 인사를 전하였다.
이 두 청년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궁극적인 목표인 탈수급과 자립의 성공사례다. 두 청년의 사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럴 때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진정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적지 않다. 딱한 사정을 알고서도 도움을 주지 못할 때 많은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안타깝기란 그지없다. 부양의무자로 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그랬다. 그리고 실제 근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근로능력평가기준에 따라 조건부수급자의 조건이행 통지를 해야 하는 마음 아픈 경험도 있다.
다행히 이 같은 제도적 한계는 많이 개선되어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한 단계적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소득재산 하위 70%)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2018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 2019년부터는 부양의무자가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 그리고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희망키움, 내일키움, 청년희망키움 통장과 같은 탈수급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자산형성지원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써 부양의무자기준에 의한 사각지대문제가 해소되고 근로빈곤자의 자립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는 국민의 권리다.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al Blake)」에서처럼, 까다로운 절차와 제도로 인한 복지사각지대가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갖게 하고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좀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잠재적 복지자원과 협력을 통해 복지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