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매일신문] 아동학대신고, 선택 아닌 필수
페이지 정보
연구소장 21-03-15 09:59 조회 1,134회 댓글 0건본문
관련링크
김성신 영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아동학대는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모의 체벌은 꼭 필요한 훈육이고 집안일이니 부모가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수수방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되겠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피해자는 대부분 스스로 신고를 못하는 어린아이들이다. 약한 아이들을 상대로 한 폭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가해자들이 변명한 학대 이유는 참 아이러니하다. "아기가 울어서, 밥을 잘 먹지 않아서,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아서…" 등이다.
이런 이유는 아이들이 "나를 봐 달라"고 하는 의사 표현일 뿐이다. 가해자들에게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학대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얼마 전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다. 도착한 집은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환경에 냉기가 가득했다. 좁은 방에는 아버지와 두 아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었고 아버지는 술에 취해 아이들에게 연신 폭언을 일삼고 있었다.
아이는 술을 마시고 기분에 따라 폭언하고 화를 내는 아버지가 무서워 배가 고파도 '밥 달라'는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아동을 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면담조차 강력하게 거부했다.
방임도 학대다. 부모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방임이다. 방임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들을 상대로 한 학대는 계속될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가 출생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다. 부모는 신체적 학대나 폭언 등으로 아이의 정서를 해쳐서는 안 된다. 아동을 보호하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우리 사회의 아동 수는 줄었지만 아동학대 건수는 122% 증가했다. 최근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사망 사건을 비롯해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는 물론 전 국민이 사회안전망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아동학대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아동학대처벌법(대안)'을 통과시켰고 이달 1일에는 아동학대 범죄를 조기 발견하는 신고 의무 대상에 어린이집 평가제 현장평가자를 추가해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했다.
신설된 법안은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아동학대 범죄로 아동 살해 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형 ▷피해 아동에 대한 국선변호사 및 국선보조인 선정 의무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찰도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부터 이전에 신고 이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현장 출동 시에는 피해 아동의 보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판단, 분리 조치한다. 또 증거 자료를 확보,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재발 방지 등에 앞장서는 보호 지원을 마련했다. 그렇지만 법보다는 주변의 무관심이 더 무섭다. 학대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바로 발견 즉시 신고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 말투, 눈빛 하나하나에 행복해 한다. 꾸밈 없는 아이들의 웃음만큼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없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인(사람)꽃'이라 했다.
아이들이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매의 눈으로 살피고 신고에 앞장서야 한다. 아동학대는 신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