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훈의 소소한행복 사회복지현장과 정부가 상생하는 세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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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연구소 18-11-03 10:24 조회 2,789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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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이민훈 칼럼리스트]
스페인 속담에 ‘Office changes manners’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지위가 매너를 바꾼다.(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사회적으로 특정위치에 사람이 있게 되면 그에 맞는 행위와 생각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겸손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정적일지 모르지만 긍정적인 뜻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사회복지는 공행정(公行政:공익)과 사행정(私行政:사익)이 자주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공행정은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을 뜻하는 데 쉽게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을 뜻하며 사행정은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가 사용하는 행정을 말한다. 사회복지분야에서는 공행정과 사행정이 서로 협조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협력관계를 갖추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막상 사회복지현장에서는 공행정을 다루는 집단과 사행정을 다루는 집단이 부딪히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조직이론을 살펴보면 ‘관료제이론’이란 것이 있다. 관료제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협동행위를 하는 조직에서는 반드시 계층적 현상이 발생하며, 이 계층제에 의하여 상하 지배・복종관계가 형성되면 그것이 행정조직이든 민간기업이든 어떤 조직이든 간에 관료제가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가 바로 ‘상하 지배・복종관계’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사회복지시설은 자립적으로 운영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잘못된 시스템이나 제도적 모순이 아닌 사회복지정책의 개념적 변화에 의한 인식이다.
보조금은 매월 또는 분기별로 관할 관청(도, 시, 군, 구청 등)에 신청하여 수급 받아 시설의 목적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를 지도감독하게 되어 있는 공무원들은 마치 자신들이 ‘갑’이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을’의 입장으로 전락한 복지시설들을 대한다. 복지시설에서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미 암묵적으로 갑을관계가 성립된 상태에서 어떠한 저항이나 행동을 할 수 없게 통제 되어버린다. 현장사회복지사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일명 ‘주사법’이란 것도 문제가 된다.
관료제이론에 입각한 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사회복지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 정부기관에 지시를 받고 통제 받는 존재로 인식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많은 학자들은 이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경제적 이익창출이 아닌 지속적 지출이 필요한 복지사업분야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물론 모든 공무원들이 사회복지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뭐든 ‘일부의 집단’이 문제일 것이다.
매 정권마다 내세우는 복지정책의 방향성은 다르다. 더 이상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휘둘리는 정치적 희생양이 아닌 복지현장에서 바라는 복지사업을 주도하고 정부에 이를 제언하며 정부는 이를 수용・관찰하는 협력관계로 상생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