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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의 소소한행복 시도해보지 않았기에 말을 하지 못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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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18-09-06 10:40 조회 1,8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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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이민훈 칼럼리스트] 

故정주영 회장이 했던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해봤어? 해봤냐고?”

어떻게 보면 이 말은 억지로도 보이고 실무자들에게 업무를 압박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떼를 쓰는 모양새라 처음에는 나에게 그리 정겹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듣고 난 후, 故정주영 회장의 말은 내 마음 한켠을 자리하고 말았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복지사업을 수행하는 나에게 새로운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말이었으니 말이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여러 가지의 유형이 있지만 그중 예산적인 문제에 다다를 때다. ‘다다르다’라는 말은 몇 번이고 기다리다 찾아온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린다는 말은 시도를 해보았느냐, 하지 못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 장애인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모든 복지시설은 예산이 지출되어야 하는 순간에 망설이게 된다.

큰 복지기관 및 단체는 예산범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소규모시설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 빡빡하고 제한적인 자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도 모모하다.

일부시설은 공과금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 이런 시설들은 후원금에 의존하거나 국가보조금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필자의 경우도 시설을 운영하며 부족한 운영비와 사업비는 후원금으로 충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필자의 시설에서는 우리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과 독거장애노인들에게 말복에 생닭과 탕재료를 배달해주는 ‘말복데이’라는 행사를 준비함에 있어 사업비가 굉장히 부족했었다.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후원금 밖에 대안이 없었고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후원신청서를 뿌리고 다니면 다른 기관 사회복지사들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돈을 얼마나 모아 부자 되시려고 밤낮 그렇게 구걸하세요?”

구걸을 하는 내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우려와 걱정에서 하는 말인지 자신들보다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심으로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이 있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기에 이를 충원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한 시설의 시설장이라면 맨땅에 달걀을 던질 수는 없지 않는가.

요즘 사회복지현장에는 도와달라고 말하고 지원해 달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복지사가 굉장히 많다. 물론 잘못된 사회복지행정과 제도로 인해 구걸을 해야 하는 시설이 대부분이지만 꼼짝도 않고 알아서 가져다주길 바라는 시설이 태반이라는 점에 어이가 없을 뿐.

정말 힘든 시설이기에 사정을 이야기 하고 ‘달라’고 부탁하는데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이 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시도도 하지 않고 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시설들의 모습에 반성을 해야 하지는 않을까? 감히 그런 시설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해봤어? 해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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