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훈의 소소한행복 현장에서 장애인을 만나고 욕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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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연구소 19-01-11 16:20 조회 2,352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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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칼럼니스트 이민훈]
선심 아닌 정말 공존하는 세상 만들어보자
대체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는 탁상위에서 정해지는 일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그들이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래밍(programing)을 시도하는 일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프로그래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함이 옳다. 언론이나 뉴스 등을 통해 얻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고 한계적인 소식에 의존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장애인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복지 시설을 운영하며 시설 내의 장애인들이 원하는 욕구를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들이 원하는 욕구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에 많은 대화를 나누려 한다.
어느 날인가 무더운 여름이었던 것 같다. 그때 시설의 장애인들은 시원한 냇가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말들을 종종하곤 했다.
한 장애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원한 곳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구고 매미가 우는 나무 그늘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 봤으면 좋겠다.”
계곡을 가고 싶다는 말을 마치 시처럼 표현했다. 당연히 그해 여름캠프를 계곡으로 정하고 사업계획을 구상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사회복지사들은 그런 계획을 달갑지 않게 느꼈나 보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고 대답을 들었다.
“그분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세요. 시원한 냇가와 나무 그늘에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그럼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분이 지난번 미술치료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여행 장소를 그림으로 그려보라 하니...”
아마도 내 생각에는 푸른 숲이 우거진 계곡과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반전이었다.
“바다를 그리세요. 바다를 그리고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세요.”
바다라니? 나에게 말했던 곳의 풍경은 분명 계곡이었는데 정작 자신이 원하는 곳을 그림으로 그릴 때는 바다를 그린다는 말에 계획했던 사업계획서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왜 그는 나에게 말한 곳과 진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 달랐던 것일까. 모두 퇴근한 후 혼자 사무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때마침 우리 집에서 아내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물을 사오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요 며칠 나물반찬이 먹고 싶다고 말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정스런 말투로 알았다고 말하며 콩나물을 사가냐고 묻자 집사람은 그게 아닌 다른 나물을 사오란다.
통화를 끊고 깨우쳤다. 내가 생각한 것과 그들이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 목적은 분명 다르다는 사실을. 계곡에 가보지 않았기에 계곡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몰랐던 그 장애인과 책과 영상으로만 보았던 바다를 계곡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분명 나와 그의 목적지가 달랐기에 나의 예측과 예상은 빗나갔던 것이다.
정책적인 부분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탁상에 앉은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흔히 ‘기득권자’로 표현하는데 기득권자들이 사회적 약자라 생각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하지만 정작 장애인은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외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레짐작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지하는 판단으로 선처하듯 만들어진 정책과 법규는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절실한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귀를 열고 눈을 뜨며,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 진짜 원하고 필요한 욕구를 찾는 게 바람직한 도움이자 선행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기득권자들이 정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선심을 쓰듯 하는 행위가 아닌 정말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 노력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 이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동정이 아닌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귀찮다고 망설이지 말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 욕구를 찾는 게 진짜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아닐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