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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의 소소한행복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게 고작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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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연구소 18-11-27 15:01 조회 2,0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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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이민훈 칼럼리스트] 


흔히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볼 때 ‘억센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자립생활 추구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욕구를 외치며 때로는 전철에서, 때로는 도로 한복판에서, 때로는 공공장소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볼 때 드는 생각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어도 담요 한 장으로 버티며 피부가 찢어지는 고통과 통증 속에서 버티고 버티며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일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에어컨 없이 무더위를 버텨야 하는 한 여름에도 그들은 투쟁하고 소리친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어떤 누구는 ‘소란’으로 생각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힘없는 집단으로 인식해 버리기 일쑤다. 힘없는 집단이라면 당연히 투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투쟁으로 얻어낸 오늘날의 장애인을 위한 보장 장치들이 사회에 많이 있다.

계단 옆에 설치된 리프트와 고층을 오를 때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수고와 노고에 적지 않은 수혜자이면서도 그런 장애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쓸 때 없이 하소연하는 불평쟁이로 간주하곤 한다.

어느 날, 장애인에 관련된 토론회에 들렸던 적이 있다. 물론 토론자로 나의 생각과 주장을 장애인들을 대신하여 발표·옹호하는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이 남아 토론회 시작 전 그곳 주변을 살펴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 만난 한 장애인 한 분이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은 멀쩡하니 우리의 주장이 그냥 쓸 때 없는 하소연으로 들리시겠죠?”

그 장애인의 말에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을 해온다.

“때론 아닌 척, 때론 동정하는 척 하지만 우리들 눈에는 다 그렇게 보여요.”

그 사람은 내가 오늘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 잘 몰랐다. 내가 그냥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하며 장애인의 삶을 옹호하는 지지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 장애인에게 서운했던 것이 아니라 왜 장애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낮추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고 오히려 실망감이 느껴졌다. 때론 아닌 척, 때론 동정하는 척이라는 표현은 그들을 위해 나름 사회적으로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장애인들의 소리가 비장애인들에게 들리지 않았고 그걸 지켜본 장애인들이 서운해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대전으로 돌아와 지인과 자리를 하며 내가 물었다. 혹시 장애인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느냐고. 그러자 사회복지분야와 전혀 관계없는 일에 종사하는 지인이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들 편하게 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불편하니까. 좀 편하게 살아가게 해달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차 싶었다. 서로의 주장이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문제였지만 비장애인은 이미 장애인들이 가질 수 없는 권리를 누리며 장애인들이 주장하는 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건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견해적 차이일 것이고 전지적 오해로 상호간의 전달에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 지인에게 장애인들이 원하고 개선해 달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주 쉽게 말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턱이 없으면 쉬우며, 대화를 못하면 손짓으로 말해달라는 것과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말에 지인이 놀라며 말한다.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게 고작 그것뿐이야?”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법정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아직 세상은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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