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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의 소소한행복 장애인들에게 음악은 부질없는 굉음?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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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19-07-23 10:00 조회 2,1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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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사회복지연구소 이민훈 소장]

 

 아침마다 시설에 들어서면 다양한 소리가 나를 맞이한다.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이용 장애인들이 등원하며 인사하는 소리,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현장실습 중인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소리 등등...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발달장애인들이 지르는 고함소리다.

누구는 그 소리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이유가 없이 내는 잡음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도 그 소리로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발달장애인들이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타인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닐지언정 그들의 방식과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의사소통을 제재하거나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싶지는 않았다.

소리에 민감하다면 악기를 다루는 활동에도 소질이 있다고 판단. 발달장애인들이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찾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음악강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는 소용없다고 거절하는 반면, 누구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필자의 물음에 답을 주곤했다. 그중 열의에 불타는 눈빛을 보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주던 한 강사의 말이 생각난다.

“음악은 귀로 듣고 입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은 마음으로 듣고 능력으로 연주하는 것.”

연주를 하는 대상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누릴 수 있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연주라는 것을 하려면 악기를 다루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나의 질문은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며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악기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강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설의 기능적 실적을 생각한다면 가능여부를 따져야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 순수한 방향과 의도로 생각한다면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큰 망치로 머리를 때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 것은 분명 아니었지만 프로그램의 순수 목적인 무언가를 설정하고 시작하느냐의 차이는 확연하게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그 강사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깨우쳤다.

이기적인 생각이었던 것이었을까. ‘가능’이란 결과값만 바라보며 처음 생각한 초심을 잃어버렸던 내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그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린 약 반년동안 악기를 통한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입에 악기를 불며 소리도 내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조금씩조금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음계를 보며 연주라는 것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음악 프로그램 시간만 되면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나름의 진지함 속에서 악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우리 시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떤 한 사람이 나에게 질문했다.

“뭘 좀 해요? 시늉만 하죠?”
“예. 시늉만 합니다.”
“그러니까 사업비도 적은 소규모시설에서 왜 그런 것을 해요?”


그렇게 질문한 사람에게 우리 시설이 발달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에게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사연과 과정을 설명하며 시늉만이라도 하는 그들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자 이렇게 말하더라.

“장애인들은 귀가 열리지 않아서 음악은 그냥 굉음.”

그 이유에 대해서 묻고 따지려 하자 급하다는 핑계로 금세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시늉만 하는 장애인이라도, 사업비가 적은 소규모시설이라도, 장애인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제공되는 프로그램 속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은 성과라는 잣대보다 행복이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에 나와 우리 시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확신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가능성 한 가지는, 그들은 장애인이었던 베토벤처럼 비장애인보다 더 우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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