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선일보] 우리도 곧 기부 선진국… 미국·일본서 배우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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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112.♡.80.34) 21-02-20 15:52 조회 613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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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작년 모금액 8462억… 역대 최다
- 코로나에도 사랑의 열매는 풍년 “이웃 생각하는 마음 더 확산되길”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엔 창립 이래 가장 많은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나보단 이웃을 먼저 생각한 국민들께 진심을 담아 큰절 한번 올리고 싶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난 예종석(68)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 국민이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공동모금회에 큰 성원을 보내준 데 대한 진심 어린 감사 인사였다.
2020년은 코로나의 칼바람이 몰아친 척박한 한 해였지만 ‘사랑의 열매’만큼은 풍년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작년 한 해 모금액은 총 8462억원. 1998년 설립 이후 최대 모금액이다. 2019년(6540억원)보다도 2000억원쯤 더 걷혔다. 매년 연말연시 두 달간(12~1월) 개최하는 희망나눔캠페인도 예상을 뛰어넘는 결실을 거뒀다.
모금회는 이미 지난해 여러 차례 진행된 기부 행사와 코로나발(發) 경기 위축을 고려해, 캠페인 목표액을 처음으로 전년보다 낮춰 3500억원으로 정했다. 실제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외출조차 어렵던 12월엔 모금 속도가 예년 같지 않았다. 목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의 100도 달성에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1월에 모금액이 4009억원까지 빠르게 불었고, 마침내 목표액을 훌쩍 넘어 온도탑은 114.5도까지 올랐다. 예 회장은 “모금액은 코로나 위기 상황 대응, 사회 안전망 강화, 사회적 돌봄 지원, 자립 역량 강화 등 네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자체 복지 사업을 벌이는 대신 해당 목표에 맞는 활동을 하는 크고 작은 사회복지단체 3만여곳을 선정해 모금액을 나눠준다.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예 회장은 개인·기업 기부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힘써온 ‘기부 전도사’로 통한다. 2000년대부터 대한적십자사 총재 특별보좌역(2005~2008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2012~2017년), 나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2013~2017년)를 지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은 지는 3년째다. 그런 그에게도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보여준 ‘기부 열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예 회장은 “한국에도 재산을 가족이 아닌 모든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조차 우리 기부 문화 확산 속도를 보고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다”고 했다.
실제 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최근 배우 김영철씨의 가입으로 2500명을 넘어섰다. 기부액 10억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어 ’10억 기부 클럽'으로 불리는 한국형 기부자 맞춤 기금 참여자도 시행 3년 만에 9명이 됐다. 1호 가입자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다. 공동모금회는 김 의장이 기부한 71억원을 그의 요청대로 학생과 배달의민족 배달원을 위해 운용하고 있다.
김 의장은 18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 등이 만든 기부 선언 캠페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재산 10억달러 이상 자산가들이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것)’의 첫 한국인 가입자가 됐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았다. 예 회장은 “김 의장 재산 환원이 우리 사회 더 많은 기업인들의 기부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곧 미국처럼 유명인의 재산 환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부 선진국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예 회장이 생각하는 우리 기부 문화의 마지막 과제는 일반 시민들의 정기 기부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은 모금회 전체 모금액의 68%가 법인 기부다. 개인 기부는 32% 정도다. 기부 문화가 성숙할수록 이 비율이 역전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많은 시민들이 꾸준히 기부한 소액이 모여, 기부액의 주축을 이룬다는 것이다. “올해 모금회엔 뇌병변·지체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 부부가 기초 생활수급비를 쪼개 모은 17만1710원을 기부해 직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보다 힘든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더더욱 확산되는 2021년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