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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매일신문사] 내 귀가 되어주는 너… 청각장애인 생활 돕는 '보청견'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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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 (112.♡.80.191) 21-08-24 09:55 조회 9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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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 청각장애로 소리 감지 못해택배·배달 등 손님 찾아오면 달려와서 문쪽 쳐다봐 

- 법에 안내견 출입 허용, 마트·카페에선 거부 다반사

 

초인종을 누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못 들으실 텐데, 어떡하지?' 구미에 위치한 박영진 씨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는 몇 초간 서성인다. 약속시간보다 괜히 일찍 왔나 자책을 하고 있던 찰나, 걱정과 다르게 문이 벌컥 열린다. 그 안에는 반려견을 품에 안은 영진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영진 씨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청기를 껴야 겨우 기차 경적소리를 들을 수 있는 중증 장애다.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없고, 입모양을 보고 간단한 생활 대화를 알아듣는 정도다. 그런 영진 씨의 곁은 '보청견' 빅터가 지킨다. 보청견은 일상의 여러 가지 소리를 감지하고 주인에게 알려주는 장애 도우미견이다.

 

청각장애인 돕는 보청견을 아시나요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 빅터가 알려줘요. 문쪽으로 갔다가 저에게 와서 신호를 준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영진 씨는 직업 특성상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이 많다. 그 손님을 맞는 일은 오롯이 빅터의 몫이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문쪽으로 뛰어가 인기척을 살핀다. 그리고는 영진씨에게 달려와 문쪽을 쳐다보는 행동을 반복한다. 영진씨가 누워있거나 알아채지 못할 때에는 무릎위에 올라오거나 얼굴을 핥는다.

 

배달부 사이에서도 빅터는 유명견이다. 배달 음식이나 택배, 우편물이 도착하면 어김없이 빅터가 움직인다. 빅터가 없었을 때는 우편 등기는 항상 반송 처리됐다. 방문 시간을 정확히 정할 수 없는 탓에 배달부들은 초인종만 누르다 되돌아갔다고. "쇠로 긁는 소리, 북소리, 매미소리 같은 진동음은 반경 2미터 내에서조금 들리는데, 초인종 소리는 전혀 못들어요. 빅터가 오고나선 배달하시는 분들께 죄송할 일이 없어져 다행이에요"

 

사실 빅터는 전문기관에서 훈련받은 보청견은 아니다. 일반 가정에 분양되듯 영진 씨 집으로 입양 된 반려견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빅터가 입양됐던 당시에는 보청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훈련된 보청견을 분양받았다는 청각장애인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으나 대다수가 서울 지역에 국한됐어요" 영진 씨는 자연히 생활하며 터득한 방법으로 빅터와의 소통법을 늘려갔다. 사람이 지나가도, 경적이 울려도 반응 없는 영진 씨의 모습에 빅터도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 '내가 들리는 게 우리 주인에게는 왜 안들리지' 빅터는 몇 번이고 크게 짖었으리라. 그러다 빅터도 서서히 받아들였을 테다. 큰 훈련법은 없었다. 소리를 알려주는 빅터에게 간식을 주며 칭찬했다. 그러자 그 행동들이 반복됐고, 이제는 간식 없이도 빅터는 영진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다.

 

소리 들리지 않아 반려견 양육에 고충

 

"빅터는 저에게 도움을 주는데, 저는 빅터를 힘들게만 하는것 같아요" 우리는 보통 소리로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한다. 강아지는 표정이 없다. 아파도, 슬퍼도, 겉만 봐선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영진 씨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빅터가 아무리 헥헥대고 낑낑대도 알아챌 재간이 없다. 아프다고 소리를 내도 그게 짖는 소리인지, 평소와 어떻게 다른지 전혀 구분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정기검진을 자주 받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해요. 빅터의 모습들 영상으로 찍어 보내 건강 상태가 어떤 것 같냐고 자주 물어 봅니다" 산책 할 때도 위험 요소는 많다. 차 오는 소리를 못 들어 치일 뻔 한 적도 있다.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항상 두리번 대며 주위를 살피는 편인데, 갑자기 달려오거나 등장하는 자동차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조금 부족할 지 모르지만 영진 씨는 빅터 양육에 최선을 다한다. 부단한 노력 덕분에 둘 만의 법칙도 생겼다고. 영진 씨는 빅터의 기분이나 상태를 '그르릉' 진동으로 판별한다. "저는 전정 기능과 달팽이관에 털이 없어서 소리구분이 안 돼요. 보청기를 통해 소리가 진동으로 크게 와닿아 그걸로 그나마 소리를 구분해요" 빅터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 상태가 나쁠 때면 그르릉 댄다. '그르릉' 대는 그 진동은 보청기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짖지 않고 그르릉 대며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빅터, 그 상태를 놓치지 않고 들어주는 영진 씨. 영진 씨와 빅터는 서로에게 맞춰가며 3년째 동거 중이다.

 

마트 입장·택시 승차 거부, 놀랍지도 않아요

 

영진 씨는 포기하는 법을 일찍부터 배웠다. 선천성 장애로 어릴 적부터 놀림당하거나 주목받는 게 당연시 여겨왔기 때문이다. 안 들리고 못 알아들어도 그 시선이 부담 돼 이해한 척 그냥 넘어가는 일이 영진 씨에게는 익숙한 일이 됐다. "빅터를 입양하고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어요" 마트나 카페에 빅터를 데려갔다 거절당하는 거는 당연지사. 보청견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어쩌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온다.

 

보청견은 장애인 보조견이다. 장애인 보조견은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따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보청견은 보통 소형견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안내견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일상 속 제약이 크다. 반려견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청견을 지원받는 청각장애인이 늘어야 하는 것도 숙제다. 보청기를 사듯, 보청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청각 장애인의 권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은 보청견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른다. 영진 씨도 그랬다. 제대로 교육받은 보청견은 생후 50일이 지나면 어미 개와 분리되어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사회성을 익히는 퍼피워킹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예절과 앉기, 엎드리기, 기다리기, 변 가리기 등의 복종 훈련을 시킨다. 퍼피워킹이 끝나면 훈련기관에 다시 입소한다. 훈련사는 6개월 동안 후보견에게 일상의 여러 소리를 알려주고 그것을 다시 주인에게 안내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그중 시험에 합격한 개만 보호자를 만날 기회를 얻는다. 즉 일반견보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수화도 배우고, 점차 내 권리는 내가 챙겨야 하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는 보청견에 대한 권리도 알리고 살아가고 싶어요. 제가 이 취재에 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혹시 보청견 빅터와 함께 있는 영진 씨를 마주친다면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누군가의 눈과 발, 귀가 돼주는 안내견은 장애인에게 단순한 반려견 이상이다. 안내견 거부는 장애인을 거부하는 것이고,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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