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출생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로 폭력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출생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로 폭력
모든 아동의 출생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보편적 출생등록제, 아동 인권기본법 제정 등 필요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1.02.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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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 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 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학교가야 할 아이가 왜 놀이터에 있는 거야?”, “너 작년에도 봤는데, 아빠 엄마가 유치원 안 보네 주는 가보네, 팔 걷어봐라, 행여 맞은 건 아니겠지?”등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이는 고개를 저의며 자신의 나이를 1-2세 줄여서 말했다고 한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주위를 경계해가며 강제적 고립생활을 하던 8세 아이가 살해당했다. 친어머니가 체포되어 조사받고 있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별거 중이던 친부가 경찰조사를 받고 집으로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한 보도는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는 2017년에도 있었다.

당시의 아동은 만 17세(아동복지법 상 아동은 만 18세미만의 사람)였다. 신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한 번도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기초학습능력은 아주 낮았다. 친모는 전 남편과의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의 친부와 동거하며 출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아동의 출생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다. 국내에서는 매년 200에서 300명의 유기 아동이 발견되는데,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채로 민간이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에 유기되고 있다. 이들 아동의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부모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닌 경우는 더 암담하다. 출생을 등록하는 가족관계등록의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난민, 난민 신청자,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부모의 본국과의 관계, 국내에 주재하는 재외공관의 존재여부,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출생등록이 어렵다.

유엔은 우리의 이런 사정을 매우 우려했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현행 법률 및 관습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물학적 부모가 보편적으로 출생 신고하도록 규정함에 있어 불충분 하다”고 밝힌바 있다.

이중섭의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1950년대)’. 아동은 그림 속 아이들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 부모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을 베풀며,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한다.
이중섭의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1950년대)’. 아동은 그림 속 아이들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 부모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을 베풀며,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한다.

2015년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외국인들이 자녀의 출생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국 대사관에 가야 하면 이는 주로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격 보유자 혹은 난민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우려를 표한다”고 하였다.

이어 2017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는 “출생등록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가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부모의 지위에 관계없이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을 보장할 것을 촉구 한다”고 했다.

유엔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18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대한민국에 보편적이며 의무적인 출생등록제도가 없는 결과 미등록 이주여성, 특히 미등록인 미혼 이주여성의 자녀가 무국적자가 될 위험에 놓이는 점, 이는 미혼모에 대한 성차별적 사회적 낙인을 지속한다는 점 등을 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도 보편적 출생등록의 필요성과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하였다.

물론 우리가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은 부모 등 출생신고 의무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대신하여 출생 신고할 수 있는 직권 출생신고 제도도 신설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등록의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곧 출생신고 해야 할 신고의무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동의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등록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또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하나, 출생 미등록 아동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세계 평화와 국제사회의 공존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출생 등록된 권리조항을 위한 책무를 부담 한다”는 원칙에 세계는 동참했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며 아동의 권리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각계에서 여러 가지 개선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주아동인권 기본법이 제정은 그 중 하나다.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이주 아동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 없는 생활을 보장,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보장되어야 할 출생 등록제, 안정적으로 체류할 권리, 부모와 함께 살 권리, 교육권, 건강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출생등록제도의 도입이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 한다면 미등록 아동의 문제는 최소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 번째는 독립적이고 실효적인 아동인권보장기구의 설치다. 현재는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함한 아동의 인권업무를 총괄할 조직이 필요하다. 또한 교통영향평가처럼 아동의 인권을 평가할 아동인권영향 평가제 시행이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강화하고 법을 만들거나 고치며,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이 오히려 악화되거나 진전이 없는 상황과 마주하곤 한다. 인식의 개선과 지속적인 관심 부재가 이어진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당국에 등록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된다고 정부가 밝혔다. 지켜 볼 일이다. 모두의 노력이 함께해야 모든 아동의 보호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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