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2020 OECD 세수편람 분석보고서’는 나라살림 근간인 세정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법인세와 재산세 비중은 너무 높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비중은 낮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대원칙을 무시하고 ‘부자 증세’와 ‘기업 쥐어짜기’로 치달은 결과다.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재산세 비중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재산세 비중은 2019년 기준 11.6%로, 37개 OECD 회원국 평균(5.6%)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보다 이 비중이 높은 나라는 영국(12.5%) 미국(12.3%)뿐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급등했고, 부동산 관련 세율도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영국과 미국을 추월할 공산이 크다.

법인세 비중도 15.7%로 OECD 평균(10.0%)을 웃돌았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4.1%) 독일(5.6%) 기업보다 세 배가량 높다. 한국 기업이 그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18.4%로 OECD 평균(23.5%)보다 낮았다.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제자가 39%(2018년 기준)에 달하는 등 고소득층에 과세가 집중된 결과다.

재산세와 법인세 의존도가 기형적일 만큼 높은 것은 정치권 포퓰리즘이 조세체계와 과세행정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포용국가니 기본소득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면서 정작 재원 확보 노력 없이 기업과 고소득층에 세금을 매기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한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여유있는 계층이 일시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질 수는 있지만 상시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소득 상위 10%가 세금의 78%를 부담하는 판인데 계속 부자만 쥐어짤 수 있겠나. 기업들도 2019년의 경우 순이익이 급감하는 와중에 준조세가 7.4%나 급증, 전체 부담액이 법인세의 93.7%에 달했다. 여기에 또 이익공유제 상생연대기금 등 끝없이 준조세를 들이미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정부는 포용적 사회보장체계 로드맵을 내놨고, 여당 대표는 신(新)복지 구상을 밝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민주당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조차 “고소득자 핀셋증세에 의한 복지 확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이 벌써 50%에 육박해 나랏빚을 더 내기도 어렵다. 정치권은 물론 과세당국도 국민개세론을 포함해 나라살림과 복지의 미래를 돌아볼 때다.